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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머리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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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o_vr.gif  앤과 길버트의 결혼식날  flo_vr.gif

                        그린게이블즈의 첫신부

결혼식날 아침 앤이 눈을 뜨니 작은 내다지창문으로 햇빛이 비쳐들고 9월 선들바람이 커튼을 살랑거리고 있었다.
"햇빛이 나를 비춰주어서 기뻐." 앤은 행복감에 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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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은 이 작은 지붕밑방에서 처음으로 잠을 깨었을 때의 일을 생각했다.
그때 햇빛은 눈이 바람에 불려 쌓인 듯한 벚나무 고목인 <눈의 여왕> 꽃 너머로 앤이 있는 곳까지 쏟아져들어왔었다.
그 뒤로 이 작은 방은 행복한 어린시절의 꿈과 처녀의 공상에 의해 몇 년이나 사랑받으며 깨끗해져왔다.
길버트가 죽어가고 있다고 여겼던 저 쓰라린 고뇌의 하룻밤을 이 창가에서 무릎꿇고 지새웠으며, 약혼한 날 밤에는 말할 수 없이 행복한 마음으로 이 창가에 앉아 있었다. 이 방에서 기쁜 나머지 잠을 이루지 못하며 지새운 숱한 밤이 있고 슬픔으로 잠들지 못했던 밤도 있었다.
이 방을 오늘 앤은 영원히 떠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 방이 이미 앤의 것이 아니고, 15살인 도러가 물려받게 된다.
이 작은 방에는 청춘과 소녀시절--아내로서의 생애가 시작되는 전날인 지금 닫혀지려는 과거가 고스란히 있었다.

                 Anne Shirley  앤                Gilbert Blythe  길버트

그날 오후의 그린 게이블즈바쁘고 기쁨에 넘쳐 있었다.
다이애너는 어린 프레드와 앤 코딜리어를 데리고 일찍부터 도우러 와 있었다.
머리러는 닭고기 샐러드를 만들며 앤을 보고 미소지었다.
다이애너가 비단옷 위에 커다란 앞치마를 두르면서 말했다.
" 아, 정말로 네 결혼식은 날씨가 좋구나. 이튼 백화점에 주문했다 해도 이렇듯 좋은 날씨를 얻지 못했을 거야."
그러자 레이철 부인이 매섭게 몰아쳤다.
"정말이지 그 백화점에는 이 섬의 돈이 너무 흘러들어가요."
잡화점식 백화점에 대해 여러 가지로 까다로운 의견을 지닌 레이철 부인은 틈만 있으면 그것을 발표했다.  
"게다가 그런 곳의 카탈로그가 요즘 애번리 아가씨들에게는 성서처럼 되어 있으니까요. 정말이지. 아가씨들은 일요일에 성서를 읽는 대신 그 카탈로그를 정신없이 읽는다잖아요."

앤이 명랑하게 말렸다.
"자 두 분 다 이튼의 카탈로그 일로 다투지 마세요. 오늘은 내 일생에 단 한 번인 날이잖아요. 나는 너무나 행복하므로 다른 사람도 모두 행복해 주었으면 해요."
"네 행복은 틀림없이 오래오래 갈 거라고 생각해, 앤."
레이철 부인은 한숨을 쉬었다.
레이철 부인은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또 믿었지만, 행복을 너무 호들갑스럽게 내세우면 신에게 도전하는 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앤은 자기의 앞날을 생각해서 좀 삼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 9월 오후, 손으로 짠 카핏을 깔아놓은 낡은 층계를 내려온 것은 행복한 신부였다.-- 아지랑이 같은 베일을 쓰고 팔에 가득 장미를 안고서 가냘픈 모습으로 눈을 빛내는 그린 게이블즈의 첫신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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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홀에서 기다리고 있던 길버트는 감탄의 눈으로 앤을 올려다보았다.
이 붙잡기 어려웠던 오랜 동안 갈구해온 앤, 몇 년이고 참을성있게 기다린 뒤 잡게 된 앤은 마침내 자기 사람이 된 것이다.
길버트에게 있어 앤은 신부라는 상냥한 항복의 형식을 취하여 오는 듯이 여겨졌다.
자기는 앤에게 알맞은 것일까? 소원대로 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만일 앤을 실망시킨다면--만일 앤이 내거는 남성의 표준에 이를 수 없다고 한다면-- 그때 앤이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불안은 모두 기쁜 확신 속에 사라져버렸다.
두 사람은 서로의 것이었다. 두 사람의 행복은 서로의 속에 있고 두 사람 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bullet_heart.gif     bullet_heart.gif        

                                   

해묵은 과수원에서 햇빛을 받으며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친해온 사람들의 사랑에 넘친 부드러운 얼굴에 둘러싸여 결혼식을 올렸다.
앨런 목사가 두 사람을 결혼시키고, 조 목사는 레이철 부인이 나중에 비평한 바에 의하면 <이제까지 들은 일도 없을 만큼 아름다운 결혼식기도>를 드렸다.

                   img1.gif 레이철 부인

9월에는 새가 그리 지저귀지 않는 법인데, 길버트와 앤이 불사의 맹세를 되풀이하고 있는 동안 어딘가 숨은 가지에서 새 한 마리가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었다.
앤은 그것을 듣고 기쁨으로 온 몸이 바르르 떨렸다. 길버트는 그것을 듣고, 온 세계의 새들이 일제히 환희의 노래를 지저귀지 않는 것일까 생각했다.
폴은 그것을 듣고 나중에 서정시를 썼으며, 그것은 그의 시집 속에서 가장 칭찬받은 것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샤럿4세는 그 새소리를 듣고서 이것은 숭배하는 셔리 아가씨의 행운을 뜻하는 거라고 믿었다.
새는 식이 끝나기까지 노래하다가 소리높게 기쁜 듯이 한번 지저귀고서 그쳤다.

과수원에서 둘러싸인 이 낡은 초록색 집에서 이만큼 즐겁고 유쾌한 오후는 일찍이 없었다. 에덴 낙원 이래 결혼식에서 한몫 맡아왔을 게 틀림없는 전해내려온 농담이니 경구가 모두 쏟아져나왔으며, 그것들은 지금껏 한번도 입에 올려진 일이 없었기라도 한 듯 신선하고 재치있게 들렸고 웃음을 자아냈다. 웃음과 기쁨이 제세상인 듯 난무했다.
카모디 발 기차를 타기 위해 앤과 길버트가 폴을 마부로 삼아 출발할 때, 쌍둥이는 쌀과 헌 구두를 준비했고 그것을 던지느라 샤럿 4세와 해리슨 씨는 화려하게 활약했다.
 
머리러는 문가에 서서 둑처럼 가을의 메역취꽃이 피어 이어진 긴 오솔길을 마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오솔길 끄트머리에서 앤은 마지막으로 작별의 손을 흔들었다.

         Colleen Dewhurst 머리러         Richard Farnsworth매튜                 
앤은 가버렸다.--그린 게이블즈는 이미 앤의 집이 아니었다.  
집 쪽으로 되돌아간 머리러의 얼굴은 몹시 파리하고 늙어보였다.
이 집에서 앤은 14년 동안 지내고, 비록 이곳에 없을 때에도 빛과 활기를 넘치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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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을 입양해 키워준 어머니같은 머리러와 앤


그러나 다이애너와 어린이들, <메아리 집> 사람들, 앨런 목사 부부가 머물러 노부인 둘이 앤을 떠나보낸 첫날 저녁을 함께 보냈다.
모두들 즐겁게 저녁식사를 들었으며, 오랫동안 식탁을 둘러싸고 그 날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모두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이렇듯 앉아 있는 동안 앤과 길버트는 기차에서 글렌 세인트 메리에 내리려 하고 있었다.

                 <너와 나의 집>중에서..        - 루시 모드 몽고메리 -  

                                                              한국실록출판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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