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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잎새 >    오 헨리     blueboard_new.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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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시 : 화가 지망생. 수와 함께 아틀리에를 마련하여 가난 속에서 그림 공부에 힘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살고 있는 뉴욕에 무서운 폐렴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존시는 폐렴에 쓰러져 병상에 눕게된다. 그런데 담쟁이덩굴 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자,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생명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기며 슬퍼하게 된다.
베어멘 : 화가. 존시를 위해 마지막 잎새를 걸작으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수우 : 여류 화가(주인공,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 큼)
의사 : 동네의사 

때 : 1900년
곳 : 뉴욕 그레니치 빌리지

  

워싱턴 광장 서쪽에 ‘그리니치 빌리지’라는 작은 동네에는 유난히 가난한 화가들이 많이 살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곳을 예술가촌’이라고 불렀다. 수와 존시도 예술가촌에서 사는 가난한 화가였다. 이들은 8번가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었다.
예술에 대한 생각은 물론, 옷차림이나 좋아하는 음식, 취미까지 모두 똑같아서 금세 마음을 열 수 있었다. 그래서 함께 화실을 꾸미고 같이 살게 되었다. 둘은 그림도 그리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11월이 되자, 예술가촌에 폐렴이 돌기 시작했고, 존시가 폐렴에 걸리고 만 것이다.
며칠 동안 존시를 치료한 의사 선생님은 무거운 얼굴로 수를 밖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존시가 나을 가망성은 거의 없다고 하였다. 존시가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좋아질 수도 있는데 지금의 존시는 삶을 포기한 것 같다고... 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돌아간 후, 수는 화실로 들어가 손수건을 흠뻑 적시도록 울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명랑한 얼굴로 존시의 방으로 들어갔다. 존시는 이불을 덮은 채 말없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는 존시가 잠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용히 한쪽 구석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수가 얼마쯤 그렸을까.... 존시의 침대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수는 급히 존시의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자는 줄 알고 있었던 존시는 눈을 뜨고 있었다. 존시는 창 밖을 바라보며 숫자를 세고 있었다. 

“열 둘……, 열 하나……, 열……, 아홉…….” 

 

수는 뭘하고 있는가 물었다. 그러나 존시는 묻는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숫자만 세고 있었다. 궁금해진 수가 창 밖을 내다보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쓸쓸하고 텅 빈 뜰과 벽돌로 된 볼품 없는 담뿐이었다. 그 담에는 뿌리가 울퉁불퉁 썩어 가는 늙은 담쟁이덩굴 한 그루가 중간까지 뻗어 가고 있었다. 담쟁이에 붙어 있던 잎은 차가운 가을 바람에 거의 다 떨어져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었다. 

존시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여섯이라고 말했다.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사흘전만 해도 백개 정도 있었다고... 그 때는 그걸 다 세기조차 힘들었는데 이젠 너무 쉽다고... 그때 한 개가 더 떨어졌다.. 5개 남은 것이다.. 

존시는 담쟁이에 붙어 있는 잎사귀 마지막 한 잎이 떨어지면 자신도 죽게 될거라고 믿고 있었다. 수는 애써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존시의 얼굴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수는 베어먼 아저씨한테 갔다온다고 하며 병실을 나왔다.
베어먼 아저씨는 아래층에 살고 있는 화가다. 화가라고는 하지만 여태껏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하나도 그리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실패한 화가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저 상업용이나 광고용의 시시한 그림만을 그리거나, 젊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모델이 되어 주고는 얼마 안 되는 모델료를 받아서 근근이 생활을 꾸려 나갈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자신은 걸작을 그릴 거라고 큰소리를 치곤 했다. 

수가 베어먼 아저씨의 화실 문을 열자, 시큼한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 한 구석에는 25년 동안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텅 빈 캔버스가 세워져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걸작이 그려지기만을 기다려 온 캔버스였다. 수는 베어먼 아저씨에게 존시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베어먼 아저씨는 말없이 수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잠시 후, 수는 베어먼 아저씨와 함께 존시의 방으로 올라왔다. 존시는 창백한 얼굴로 잠이 들어 있었다. 창 밖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창 너머 담쟁이덩굴을 내다보았다. 수는 커튼을 내려 창문을 가렸다.
그리고는 베어먼 아저씨를 모델로 광부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날, 밤새도록 세찬 바람이 휘몰아쳤다. 이런 바람에서라면 앙상하게 남아 있던 담쟁이 잎들은 모조리 떨어져 버릴 게 분명했다. 이튿날 아침, 눈을 뜬 존시는 말없이 커튼이 내려진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수가 일어나자마자 힘없이 말했다. 밖을 보고 싶다고... 담쟁이덩굴을 보고 싶다고... 존시는 수의 얼굴을 보며 애원했다. 존시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수는 떨리는 손으로 커튼을 잡아당겼다.
매섭게 몰아쳤던 바람 속에서도 담쟁이잎 하나는 끝까지 남아 있었다. 그것은 줄기에 매달려 있는 마지막 한 잎이었다. 

마지막 잎새인 것이다. 

수가 울부짖었지만 존시는 수를 외면하고 눈을 감아 버렸다. 존시는 서서히 생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밤이 되자, 지난밤보다도 거센 바람이 불더니, 이윽고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폭풍우가 몰아친 것이다. 수는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내일 아침, 존시가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져 버린 담쟁이덩굴을 보게 되면 정말로 죽게 될 것만 같았다. 날이 밝자 존시는 커튼을 열어 달라고 차갑게 말했다. 모든 것을 체념한 수가 커튼을 잡아당겼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지막 남아 있던 잎새가 끝까지 줄기에 남아 있었다. 마지막 잎새는 세찬 비바람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줄기에 매달려 있었다. 

                                  

존시는 마음을 고쳐먹고, 스프도 먹고 우유도 먹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은 이제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며 이제 간호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튿날 오후부터 존시는 침대에 앉아 뜨개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다. 

그런데 수는 존시를 조용히 불러 말했다. 베어먼 아저씨가 오늘 병원에서 폐렴으로 돌아가셨다고. 수위 아저씨가 하는 말이 이틀 전, 병이 나던 날, 그분 방에 가 보았더니 벌써 너무 병이 심해져서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했다. 구두도, 옷도 함빡 젖어 얼음처럼 차가웠다고 했다. 옆에는 불이 켜진 등과, 사다리, 붓들이 흩어져 있었고, 노란색과 녹색 그림 물감을 푼 팔레트가 놓여 있었다고 했다. 그때 창 밖을 보니 벽에 남아 있는 담쟁이 잎이 바람이 불어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게 이상했다. 그것이 베어먼 아저씨의 걸작이었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던 밤에 그분이 벽에 대신 잎새를 그려 넣은 것이었다.

                        

                           
          
*위 담쟁이덩굴 잎 사진은 낭만주부네 아파트 놀이터 옆 벽에
            가까스로 남아 붙어있는 모습을 낭만주부가 발견하고 오늘 찍은 것입니다.
                                                                               2003. 11. 29

     * 참고 :  [오헨리 단편선]- 이레출판사 책이 나왔다고 합니다. 오늘 신문에서 봄.
                                              12월 25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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